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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애송시/가을시/가을의시/

입추 시/입추/유치환♬

 

 

입추

 

유치환

 

 

 

입추(秋)

유치환

                                                                      

이제 가을은 머언 콩밭짬에 오다

 

콩밭 넘어 하늘이 한 거름 물러 푸르르고

푸른 콩닙에 어짜지 못할 노오란 바람이 일다

 

쨍이 한 마리 바람에 흘러 흘러 지붕 넘으로 가고

땅에 그림자 모두 다소곤히 근심에 어리이다

 

밤이면 슬기론 제비의 하마 치울 꿈자리 내 맘에 스미고

내 마음 이미 모든 것을 잃을 예비되었노니

 

가을은 이제 머언 콩밭짬에 오다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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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애송시/가을의시/가을시/

입추 시/입추/안도현♬

 

 

입추

 

안도현

 

 

입추  

안도현

 

이 성문으로 들어가면 휘발유 냄새가 난다  

성곽 외벽 다래넝쿨은 염색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나서고 있고

백일홍은 장례 치르지 못한 여치의 관 위에 기침을 해대고 있다   

도라지꽃의 허리 받쳐주던 햇볕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기별이다

방방곡곡 매미는 여름여름 여름을 열흘도 넘게 울었다지만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왜가리는 여태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한성부 남부 성저십리(城底十里)의 참혹한 소식 풀릴 기미 없다  

시 두어 편 연필 깎듯 깎다가 덮고 책상을 친다

오호라, 녹슨 연못의 명경을 건져 닦으니 목하 입추다

                    

  -안도현 시집 <북항> 중에서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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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애송시/가을시/가을의시/

입추 시/입추/고희림♬

 

 

입추

 

고희림

 

 

 

입추(立秋)

 고희림

 

내 어릴 때 늘 손톱을 물어뜯곤 하던

것처럼은 아니지만요

내 조금 더 커서 잠 오는 약을 밥알처럼

먹어대었을 때처럼은 아니지만요

내 커버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다닌 것처럼은 정말 아니지만요

요즘 부쩍 는 게 있다면 욕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귀뚜라미처럼 저음으로 쓸쓸하게

혼자서 여러 번 내뱉는다는 거지요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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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가을의시/입추/박인걸

입추 시/좋은시/애송시/아름다운시♬

 

입추(立秋)

박인걸

 

 

 

입추(立秋)

박인걸

 

깨진 낮달은

따라오는 태양에 밀려나고

이글거리던 여름도

가을 소식에 짐을 꾸린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야 할 때는 말없이

배역을 마친 후

무대 뒤로 사라지는 계절

 

반백의 이마위로

석양 그림자가 드리우고

젊은 날의 추억은

아득히 멀어져 간다.

 

억세 꽃잎에 물든 가을

텅 빈 허전한 가슴

풀벌레 처량한 노래

아!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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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애송시/아름다운시/가을시/가을의시

입추 시/입추가오면/백원기♬

 

 

입추가 오면

 

백원기

 

 

입추가 오면

백원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 봐야 양력 팔월 칠일이면

보따리 쌀 준비를 해야 되는데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동네 개가 놀라 짖는단다

입추는 입동이 올 때까지

가을이란 이름표 달기 위해

첫 문을 여는 날

 

낮에는 늦더위가 발악하지만

밤이 오면 서늘한 바람에

너나 나나 미소 지으며 잠을 잔다

입추가 오면

옥수수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축가를 부른다

 

온 세상사람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를 부른다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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