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우체부아저씨/기다림/설렘/에밀리디킨슨♬
(안중군 의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펜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의 감동
"모든 메시지가 디지털화 되어가는 지금,
손편지는 특별한 아우라를 지닌다.
손편지는 포옹이나 악수보다도,
때로는 키스보다도 더 진한 영혼의 교감을 전달한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때마다 곧바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말보다는 글이 훨씬 더 나은 사람에게는
편지만한 미디어가 없다.
편지는 '말하기에는 없는 그 무엇'을 전달해 주는
간절한 소통의 매개체다.
편지에는 입술과 성대를 움직여 말하는
소리의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종이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한 자 한 자 새겨지는 글자들은
지금 내 곁에 없은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생생하게 일깨운다.
편지에는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에는 없는
'기약없는 기다림'이 있다.
디지털 메시지의 생명은 속도지만,
손편지의 생명은 기다림의 설렘이다.
너무 빨리 답장이 오면 오히려 김이 샌다.
그 사람이 내 편지를 향해 얼마나 많은 망설임을 담아,
얼마나 깊은 정을 담아 답장을 써줄 지 궁금해하며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관계는 물론 내 마음도 깊어진다..
옛사람들이 보낸 편지를 읽다가 눈물겨워지는 순간도 있다.
편지에는 사연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영혼이 실린다.
손편지는 다른 인쇄물과 달리 오직 원본이 하나뿐이다.
편지는 이 세상에 단 한 번뿐인 절절한 교감이 스며 있는 것이다.
편지는 때로 더없이 소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어 준다.
수많은 개개인의 숨은 사연들이 편지에는
숨은 그림자처럼 은밀하게 스며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편지는 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지상위의 존재들에게만 허락된 기쁨이라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손편지를 예찬했다.
(2015년 11월 7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정여울 문화평론가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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