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시/가는해오는해길목에서/경한규♬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경한규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볕 같은 햇살에
땅 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
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랫폼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 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못난 섬
멀리 내치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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