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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오면/안도현/안도현시/안도현 시/좋은시

정겨운시/아름다운시/읽고싶은시/9월 시

9월시/9월의 시/9월 좋은시/9월의 좋은시

유명한 가을시/좋은시 추천♬

 

 

9월이 오면

 

안도현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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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시/논물드는5월에/안도현♬

 

5월의 시

 

논물 드는 5월에

 

안도현

 

[5월]5월의 시

 

 

 

 논물 드는 5월에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
안도현·시인, 1961-)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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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엽서/안도현/안도현 시/안도현시 /

안도현시 추천/좋은시/정겨운시/아름다운시/

읽고싶은시/공감시/명시감상/가을시/

가을의 시/가을시 추천/유명한 가을시♬

 

 

가을엽서

 

안도현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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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애송시/가을의시/가을시/

입추 시/입추/안도현♬

 

 

입추

 

안도현

 

 

입추  

안도현

 

이 성문으로 들어가면 휘발유 냄새가 난다  

성곽 외벽 다래넝쿨은 염색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나서고 있고

백일홍은 장례 치르지 못한 여치의 관 위에 기침을 해대고 있다   

도라지꽃의 허리 받쳐주던 햇볕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기별이다

방방곡곡 매미는 여름여름 여름을 열흘도 넘게 울었다지만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왜가리는 여태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한성부 남부 성저십리(城底十里)의 참혹한 소식 풀릴 기미 없다  

시 두어 편 연필 깎듯 깎다가 덮고 책상을 친다

오호라, 녹슨 연못의 명경을 건져 닦으니 목하 입추다

                    

  -안도현 시집 <북항> 중에서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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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시/좋은시/벚꽃/박상희/벚꽃나무/목필균/박인걸

벚꽃나무주소/박해람/송연우/송인/그길은아름답다/신경림

/벚나무는건달같이/안도현/안영희♬

 

벚꽃시 모음(3)

 

 

 

[좋은시]벚꽃시 모음(1)

 

 

[좋은시]벚꽃시 모음(2) 

  

 

[좋은시]벚꽃시 모음(4)

 

 

[영상음악]벚꽃엔딩

 

 

[서울/석촌호수]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벚꽃나무

 

목필균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벚꽃

 

박상희

 

봄빛의 따스함이

이토록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겨울 냉기를

하얗게 부풀려 튀긴 팝콘

팝콘 같기도 하고

하얀 눈꽃 같기도 한

순결한 평화가 나뭇가지에 깃들인다

그 평화는 아름다운 꽃무리가 되어

가슴 가득 피어오른다

사람들이 거니는 가로수의 빛난 평화를

4월의 군중과 함께 피어나는 벚꽃은

말끔히 씻기어 줄

젊은 날의 고뇌

박이화 - 정오의 벚꽃

벗을수록 아름다운 나무가 있네

검은 스타킹에

풍만한 상체 다 드러낸

누드의 나무

이제 저 구겨진 햇살 위로

티타임의 정사가 있을 거네

보라!

바람 앞에 훨훨 다 벗어 던지고

봄날의 화폭 속에

나른하게 드러누운

저 고야의 마야부인을

 

벚꽃

 

박인걸 

 

벚꽃나무의 영혼이

꽃으로 부활하여

가지 위를 맴돌다

홀연히 사라진다.

꽃다움의 극치는

원죄가 없어서일까

흠도 티도 없는

꽃의 원조로구나

탐욕과 이기를 버리면

얼굴에 꽃이 피고

미움만 버려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리.

해맑음과 눈부심이

강하게 刺戟

꽃과 마주한 나는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박인혜 - 벚꽃 축제

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벚꽃 나무 주소

 

박해람

 

벚꽃 나무의 고향은

저 쪽 겨울이다.

겉과 속의 모양이 서로 보이지 않는 것들

모두 두 개의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는 것들이다

봄에 휘날리는 저 벚꽃 눈발도

겨울 내내 얼려두었던 벚꽃나무의

수취불명의 주소들이다

겨울동안 이승에서 조용히 눈감는 벚꽃 나무

모든 주소를 꽁꽁 닫아두고

흰빛으로 쌓였던 그동안의 주소들을 지금

저렇게 찢어 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죽은 이의 앞으로 도착한

여러 통의 우편물을 들고

내가 이 봄날에 남아 하는 일이란

그저 펄펄 날리는 환 한 날들에 취해

떨어져 내리는 저 봄날의 차편을 놓치는 것이다

벚꽃 나무와 그 꽃이 다른 객지를 떠돌 듯

몸과 마음도 사실 그 주소가 다르다

그러나 가끔 이 존재도 없이 설레는 마음이

나를 잠깐 환하게 하는 때

벚꽃이 피는 이 주소는 지금 봄날이다

.

벚꽃

 

송연우 

 

봄의 고갯길에서

휘날리는 꽃잎 잡으려다가 깨뜨렸던

내 유년의 정강이 흉터 속으로

나는 독감처럼 오래된 허무를 앓는다

예나 제나

변함없이 화사한

슬픔,

낯익어라

 

 

벚꽃

 

송인

 

와싱톤의 봄은

포토맥 강변에서

벚꽃을 피우면서 온다

아직도 겨울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봄은 타이덜 베이슨에*

화사한 병풍을 둘러친다

벚꽃이 웃기 시작할 때부터

춤출 때까지

사람들은 호숫가로 몰려와서는

강물의 맑음은 보지 못하고

짧은 생명의 화려함만 보고

즐긴다

아름다움은 짧은 춤으로 말하고

이별은 쉬운 손짓으로 말한다

꽃은 바람을 싫어하고

향기가 없음을 색깔로 감춘다

단지 며칠 동안의 생명을

하루 하루 긴 추억으로 새긴다

호수 위에 꽃잎이 세계를 그릴 때

비로소 사람들은 호수를 바라보게 되지만

또 다시 다른 꽃을 찾아 나선다

제퍼슨은 서서 꽃의 역사를 바라보고

링컨은 앉아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다

 

 

그 길은 아름답다

 

신경림

 

산벗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렸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을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 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벚나무는 건달같이

 

안도현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벚꽃

 

안영희

 

온몸

꽃으로 불 밝힌

4월 들판

눈먼

그리움

누가

내 눈의 불빛을 꺼다오.

 

 벚꽃

 

안재동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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