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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연탄 한 장-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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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롱불촌장 2016. 12. 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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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 안도현시♬

 

 

연탄 한 장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시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름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았었네. 나는

 

 

<연탄 한 장>은 1994년 발간된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수록된 안조현의 시입니다.

안도현의 시는 범상한 일상속에 시의 뿌리를 박음으로써

삶을 지탱시키는 구체적인 힘의 질서를

경험속으로 이끌어 들인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  시 역시 연탄이라는 구체적 사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희생적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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