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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조정래/김초혜♬

 

 

20여 년 전 소설가 조정래 씨가

시인 아내 김초혜 씨에게 보낸 편지

 

 

 

 

"사랑하는 여보, 초혜!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소. 당신이 떠난 순간부터 가을은 문득 깊어져 내 시간을 쓸쓸한 적막으로 채우고 있소. 당신과의 23년 세월, 세월이 쌓일수록 당신을 아내로 얻었음을 하늘에 감사하게 되오. 당신도 나를 남편으로 얻었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않을까봐 두렵소. 오늘 아침나절에 놀라움이 깃든 음성으로 머리칼을 헤쳐 보였을 때 나는 우리의 삶 23년을 순간적으로 떠올렸고, 부끄러운 듯 숨어 있는 흰 머리카락들마저 대견하고 사랑스러웠소. 그래서 물을 들이지 말라고 했던 것인데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에 이르러 있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거요. 하늘은 언제나 우리를 축복하고 보살필 것이오. 혼자 자는 잠자리가 춥겠소.

1985. 9. 22.
,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할 당신의 남편 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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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를 쓰려면 상대방에게 망신당할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편지를 귀하게 여기는 상대도 있겠지만, 귀찮아하거나 자칫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공개해 웃음거리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애편지는생애 가장 황홀하고도 저항할 수 없는 순간의 기록이다.

이런 말을 쓰면 수치를 당하지 않을까, 망신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서는 좋은 연애편지를 쓸 수 없어요. 온몸으로 써야죠. 비록 부치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연애편지 한 통 써보는 것은 어떨는지. 2007 9, 서울 영인문학관에서 열린문인 편지전에서 공개돼 화제가 된 조정래씨의 이 연서는 남편 조씨가태백산맥집필을 위해 아내와 떨어져 살던 당시, 흰머리가 났다는 아내 김씨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보낸 것이라고 한다. 지난 40여 년을한 번도 다투지 않고 살아왔으며, 이제는 한 몸이 된 느낌이라는 이 부부에게, 그동안 틈틈이 주고받은 연애편지는 변치 않는 40여 년 사랑의 증거로 남아 있다.

(2007 10 17일 주간동아에서)

 

Posted by 다정한 호롱불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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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05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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